야근 가능. 철야 가능. 주말 출근 가능. 해외 근무 가능.
대졸 실업자가 40만 명을 넘어섰다는 요즘. 몇 년 째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피부로 느끼기는 힘든 수치였다. 그런데 우리 회사에 지원한 신입사원 이력서에 적힌 이 몇줄에서 '취업대란'이라는 현실의 서글픔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. 야근에 철야에 주말 출근에, 취업만 한다면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인가. 도대체 그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면 '내 삶'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건지...
이런 현실이 서글프다고 느끼고 지나칠 수 있었던 일로 포스팅까지 하게 된 건, 조금 전 일어난 사건(?) 때문이다. 회의실에서 만수님과 청국장님, 그리고 나 셋이서 과자를 먹으며(!)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의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. 청국장님이 깜짝 놀라 나가보니 왠 정장을 입은 청년이 서 있었다. 국장님과의 대화를 들어보니, 이 청년은 우리 회사에 입사지원한 청년. 내일이 면접일이라고 공지되어 있는데, 본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.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것 같은데,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력서로 확실히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다는 거다. 부랴부랴 자리를 정리하고(회의했는데, 갑작스러운 방문에 괜히 민망하네) 회의실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두 분이 면접 준비를 하시는데, 이 청년의 이력서는 출력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. 부랴부랴 이력서를 출력해서 들어가신 후 지금까지 30분째 면접 중이시다.
일단, 연락도 받지 않고 이렇게 찾아온 청년의 용기(?)가 놀랍고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서글펐다. 저 청년은 정말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걸까? 이렇게 일하고 싶어서 찾아올만큼 우리 회사에 대해서,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? 아니면 단지 취업이 하고 싶은 걸까? 그렇다면 혹 합격이 된 후 우리 회사에 출근하는데, 조금 더 크고 좋은 곳에서 연락이 올 경우 냉큼 그곳으로 가지는 않을까?
정말 함께 일하고 싶어서 찾아왔을지 모를 순수한 마음을 의심하게 되는 건 내가 순수하지 못한 탓인지, 실업자 40만이라는 현실 탓인지 모르겠다. 그저 야근과 철야, 주말 출근까지도 감내하며 취업을 희망하는 청춘, 본인에게 호감을 표하지 않은 회사에까지 찾아오는 청춘의 용기가 안타깝다. 이 시대가 서글프다.
- 방금 면접을 끝내고 청년이 돌아간 후, 두 분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 한 마디.
"역시,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아"
이봐 청년, 당신을 환영하고 필요로하는 곳에서 기분 좋게 일하길 바라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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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서글픈 현실 (14) 2010/03/2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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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까 마지막에 면접 본 두 분의 의견은 결국 이력서에서 탈락할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?
난 저렇게 마구 찾아온다고 뽑지 않을 거 같은데... 게다가 '야근 가능. 철야 가능. 주말 출근 가능. 해외 근무 가능'이라는 문구를 남발하는 사람도 뽑지 않을 거 같아. 어차피 지키지 못할 약속인데 공수표 남발하는 듯?
이력서에서 탈락할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. 더 웃긴 건, 대학 4년 동안은 취업할 생각이 전혀 없었데요. 집이 무슨 가게를 하나? 아버지 도와드렸다고... 그러다 최근 취업해야겠다, 그 생각이 들었다는데. 결국 정말 이 일이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닌 거죠. 쩝~
야근 가능, 철야 가능, 주말 출근 가능... 그 처자 출근할 듯! 강단 있어 보인다고 만수님이 좋아하시더라구요. 사무실 들어오는 순간부터, 딱 좋아할 줄 알았어~ 에효. 암튼 4월 1일부터 신입 2명 출근이어요. 신경 쓰여~ ㅡㅡ;;
우어어어. 그 아이 정말 야근가능, 철야가능, 주말출근가능한지 지켜보아.
어우.. 그 청년 안타깝기는 해도 저렇게 무대포로 달려드는 성격도 관리자 쪽에선 마음에 안들 것 같아요. 조직에서 어디 제대로 통제가 되겠어요? 이래저래 슬픈 현실..
안타깝기는 한데, 정말 쉽게 이해는 안 되는 거 같아요. 취업 생각이 없었단 얘기를 듣고는 더더욱. 좀.. 개성이 남다른 성격인가봐요. ^^;;
헉 무작정 찾아오다니 무서워요. 직종을 좀 봐 가면서 하지, 영업이라면 저런 성격 환영할지 모르지만; 광고 같은 쪽에서는 그다지...; 얼마나 절박하면 그럴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..
야근 가능 철야 가능 주말 근무 가능 해외 근무 가능 저런 이력서 우리 회사에도 왔었는데. 뽑히진 않은 듯. ^^;;
일이 하고 싶긴 해도, 나에게 호감이 없는 회사에 찾아가기는 쉽지 않은 거 같은데 말이죠. 게다가 알고 보니 정말 우리 회사오고 싶었던 것도 아닌 거 같은데~ 흠흠.
야근, 철야, 주말근무 가능.. 우리 회사는 좋아하더라구요. 뽑았습니다요~ ^^;;
직장을 찾던 시기는 한참 지났는데도, 왜 제 맘이 먹먹해 지는걸까요.
직장을 다니고 있지만, 다달이 월급을 받는 것 외에는 서글픈 청춘에서 서글픈 중년이 되어간다는 게 닮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.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여전하고,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도 크게 변하지 않구요. 에고~ 그나저나 대포고양이님~ 잘 지내시죠? ^^
사람 뽑은겨? 같이 일할라믄 코드가 잘맞는 분이 와야할텐데~
신입을 둘 이나 뽑았어요. 원래 한 명 뽑으실 계획이었다는데, 둘 다 인재였나 ㅎㅎ 암튼 4월부터 출근인데 기대보다 부담이 더 큰 건 왜일까요?
안됐지만 준비는 안된 사람인것 같네요. 결국 두번 떨어진 셈이 되었잖아요! ㅎㅎㅎ
그러니까요. 자신에 대한 자신감 충만은 좋은 일이지만, 결국 그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받게 된 거잖아요. 쩝~ 근데 아마, 돌아서서 금방 잊었을지 몰라요. 그만큼 꼭 원했던 건 아니었던 듯 ㅎㅎ
야근, 주말... 몇 년 해봐.
도망가고 싶어질 걸...
남는 건 저질체력과 다크서클 친구밖에 없다구~ㅋㅋㅋ